생일 기념으로 스시 오마카세를 먹기로 했다. 옛날부터 스시 오마카세는 꼭 가보고 싶었는데, 입도 짧고 양도 적은(?) 나의 캐파를 믿지 못했고 적지 않은 금액도 부담스럽고 해서 미뤄왔던 오마카세 방문.
오마카세 갤러리를 뒤지고 뒤져 요즘 리뷰가 아주 좋은 논현동의 구루메 스시로 방문 결정!
반차를 쓰고 갈 예정이어서, 12:00시는 방문이 힘들었기 때문에, 1, 2부로 런치를 나누어 진행하는 가게로 찾았다.
나랑 엄마는 13:00에 시작하는 2부로 예약을 진행! 포잉을 통해서 예약했다.
일반 예약을 진행하면 주중 런치는 60,000원 이지만, 포잉을 통해 예약하면 인당 2%씩 할인된 58,800원에 예약이 가능하다! 거기에 포잉 첫 예약이라 5,000원도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었다.
방문 전날에 오빠가 급 참석 의사를 밝히셔서.. 오빠껀 가게에 전화로 양해를 구하고 당일날 식사 후 현장 결제를 진행했다. 미리미리 좀 말하란 말야...
자리는 총 12석 정도가 마련되어 있는데, 코로나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분위기다.
먼저 나온 자완무시! 가쓰오 맛이 진하게 나서 너무 맛있고 따스했다. 나는 회전초밥집을 가도 무조건 자완무시를 주문해 먹는 계란돌이로서.. 아주 아주 맛있게 먹었다.
처음으로 나온 옥돔 사시미! 쉐프가 메뉴를 내어주실 때마다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신다. 옥돔은 와사비에 소금을 찍어먹으면 맛있다고 하셔서 고대~로 먹었다. 난 옥돔을 처음 먹어봤는데, 식감이 한치 비슷한 쫠깃한 식감이었다. 막입이라 이렇게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나..
두 번째로 나온 제철 방어! 사실 두 점 나왔는데 한 점은 나오자마자 삼켜버리느라.. 한 장밖에 없다. 입에서 살살 녹는 기름진 방어!
다음으로 나온 백골뱅이. 얇게 썬 백골뱅이를 참깨소스에 무쳤다. 고명으로 올라온 시금치와 같이 먹으면 좋다고 설명해주신다. 참깨소스는 반칙이다. 지우개를 찍어 먹어도 맛있을거다.. 에피타이저로 딱인 메뉴!
입맛을 한껏 끌어올리니 이제 밥/스시류가 나온다.
전복을 먼저 먹고, 아래에 깔린 내장소스를 밥에 비벼서 김에 싸먹으면 맛있다. 전복이 엄청 부드럽고, 내장소스는 너무 꼬소하다. 구루메 스시는 전반적으로 샤리 간이 정말 맛있다. 입맛을 확 돋아주는 맛!
스시 위에 간을 해주시기 때문에 별도로 장을 찍어먹지 않아도 된다. 엄마는 거기에 간장 와사비까지 담뿍담뿍 찍어서 드셨다. ㅎㅎ 왠지 모르게 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으시단다.
쉐프님이 주시면서 '!@#% 지느러미입니다' 했는데 내가 못들어서 엄마한테 '엄마 도마 지느러미래' 했더니 엄마가 완전 빵터졌다 ㅋㅋㅋㅋㅋ 대체 도마 지느러미가 뭐냐며.. 쉐프님이 제 목소리가 잘 안들리시느냐며 속상해하셨다. 횟집가면 흔히 먹는 광어 지느러민데 어나더레벨의 맛이었다.
진짜 도마 뭐냐.. 생선류도 아니고 도마... 한숨..
금태는 겉면을 토치로 살짝 꼬실려서 주신다. 덕분에 입에 닿자마자 싹 하고 퍼져서 사라지는 식감! 정말 쉐프님 말씀대로 모든 스시가 간이 필요없이 그대로 완벽한 맛이다.
중간중간 기름진 스시를 먹고 나면, 물수건으로 접시를 닦아주셔서 깔끔한 느낌이 아주 만족스럽다.
샤리 위에 단새우와 우니를 올려 김으로 감싸주신다. 내 최애 우니.. 입에 넣자마자 사라졌다. ㅠㅠ 단새우 우니로 앵콜 요청드릴 걸.. 소심한 나는 입맛만 다셔 봅니다..
사시미로도 내어주셨던 방어는 스시로도 나온다! 역시나 입에서 사르륵 녹는 맛. 제철에 방어를 먹을 수 있는 행복이다!
부드러움의 대명사 참치 뱃살. 나는 평소에 참치는 느끼해서 많이 먹지 못하기 때문에, 하나 두개씩 이렇게 참치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좋다. 이쯤되면 배가 부를만도 한데, 구루메 스시의 샤리는 밥양이 적고 간이 아주 적당해서 아직도 한참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살인 아카미. 원래는 트러플 슬라이스를 올려 주신다. 식사 전에 트러플을 못 먹는다고 말씀 드렸던 걸 기억해 주시고, 내 스시만 트러플을 빼고 주셨다. 스시 세 점을 만드시다가 한 점은 다시 버리시기에 뭐지? 싶었는데, 트러플을 기억해내시고 빼 주신 거였다. 감사합니다아..
토치로 살짝 익힌 관자 위에 크림 우니가 올라간 스시. 관자만의 버터향과 절묘하게 잘 어울리는 크림 우니 맛!
난생 처음 먹어보는 전갱이! 맨날 일드 보면서 전갱이 회, 전갱이 후라이를 눈으로만 먹어왔는데, 영광이었다.
생긴게 꼭 비릴것 같이 생겨서 엄마는 좀 두려워 하셨지만, 1도! 정말 1도 안비리고 맛있었다. 은곤 쫄깃한 식감!
시메사바만큼 아예 초절임을 한 숙성은 아니고, 초절임으로 간단히 비린내를 잡은 싱싱한 고등어회였다. 이 또한 너무 부드럽고 맛있었다. 비린 맛이 없는 고등어회는 늘 옳다..
자칫 비릴 수 있는 등푸른 생선들을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구루메 스시.
King prawn에 청어알로 캐비어 식감을 낸 가니쉬를 올렸다. 씹으면 그냥 흐드러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왕새우가 매우 쫄깃하여 치감이 재밌었다.
원래 장어 스시도 있었는데, 보자마자 흥분해서 먹는 바람에 사진을 찍지 못했다. 나올때마다 사진 찍던 오빠도 장어는 안찍고 그냥 먹었다는.. 둘다 먹고 나서 '아!!!! 사진!!!!'하고 소리질렀다. ㅋㅋㅋ 그 찐덕한 장어소스가 아니고 간장으로 양념을 하여 아주 담백하고 신선했다.
마무리로 나온 계란 푸딩! 카스테라 같은 식감의 계란이었다. 계란 푸딩을 엄청 좋아하는 오빠가 인정한 달달한 맛.
계란 푸딩과 함께 나온 후식 우동! 한 가닥도 남기지 않고 싹 싹 먹었다..
너무너무 배부르게 잘 먹어서 쉐프님께 잘 먹었습니다~ 하고 일어나려는데, 후식 드시고 가셔야 됩니다!!!! 해서 머쓱하게 다시 앉았다는.. ㅋㅋㅋㅋ 오마카세 알못은 뻘쭘했습니다..
후식으로 나온 후르츠! 직접 만드신 커스터드 크림과 젤리가 함께 얹어져 나온다. 커스터드 크림이 크게 달지 않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과일도 매우 싱싱했고.
전반적으로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서비스나 쉐프님의 친절함 그리고 세심함이 아주 만족스러웠던 구루메 스시. 엄마도 승구 데리고 다시 오라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아직까진 내 인생의 처음이자 유일한 오마카세 경험이니까, 인생 오마카세의 타이틀을 드리겠습니다.
사진을 찍어 아부지께 보내 드렸다. 내 카톡은 저 상태로 읽고 씹혔다고 합니다.. 하지만 워낙에 무뚝뚝하신 우리 아부지가 해주신 '이제 다 컸네' 라는 말은 x 1000000000 으로 오바해서 해석할 만한 가치가 있다!
어서 시국이 진정되어 편한 마음으로 한국에 오셨으면..
30 딱지는 싫지만 ㅠㅠ 어흑.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쌀람해요 우리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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