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팝업 레스토랑 @이누식당, [Le Coq Noir]

rachelryungj 2020. 8. 1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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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친척언니는 매우 친하여 일요일에 성당에서 보는 시간 외에도 한 달에 한-두번 씩은 꼭 만난다.

입맛 취향도 비슷하고, (최근에 만나서 먹는 음식이라곤 마라탕 뿐이지만) 다양한 맛집도 찾고, 맛있는 술도 찾아 마시는게 우리의 취미이다. 

공상이나 추상적인 이야길 좋아하는 나에게, 언니는 더 없이 좋은 date mate이다. 별 시덥잖은 이야기로 몇 시간을 웃고 떠든다. 

전부터 언니가 항상 나에게 추천해왔던 방배/내방역 근처의 이누식당. 오늘은 거기서 팝업 레스토랑을 한단다. 

팝업 레스토랑은, 팝업 스토어와 마찬가지로, 한시적으로 기존 레스토랑을 빌려 다른 가게의 쉐프들이 음식을 선보이는 개념이란다. 처음 가 보는 팝업 레스토랑이어서 너무 기대되었다.

팝업인지라, 예약을 해야만 방문할 수 있었고, 카드 결제는 불가했다. 즉석에서 현금 / 카카오 페이 / 계좌이체로 지불이 가능.

언니가 쏘니까, 와인은 내가 산다!

언닐 만나는 날에도 비는 내리고 있었고, 마라탕이 땡기는 나의 입맛을 애써 누르며 찾은 이누식당. 
내방역 사거리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Le Coq Noir - pop up restaurant" - 

따뜻한 느낌이 드는 인테리어. 바깥에도 두 테이블 정도가 있다. 이 날은 날씨가 그리 덥지 않아, 바깥 테이블에서 먹기에도 좋았다. 

빔 프로젝터로 벽에 "Le Coq Noir - pop up restaurant" 이 비춰진다. 평소엔 옛날 영화나 만화를 프로젝션한다고 한다.
르 코크 누아- 무슨 뜻인고 하니,

뜻도 취지도 멋있다.

정유년에 태어난 요리사들의 모임이란다. 언니는 바로 한 소믈리에를 알아보더라. 우리 방배4동 성당 앞에 위치한 dough room에 계셨던 소믈리에 라고. 

정유년.. 언니, 정유년이면 몇년 생이야? 했더니 93년 생이란다.
우리보다도 어린 93년 생들이, 요리사. 더불어 '크루'까지 결성해서 팝업 레스토랑이라.. 진짜 존경스러웠다.

열심히 음식 준비중이신 쉐프님들.

가게는 전체적으로 우디 한 디자인에, 차분한 느낌.

나란히 앉는 바테이블 구성. 아이스 히비스커스 차를 서빙해 주신다.

코스 요리 구성으로, 에피타이저나 파스타 요리에는 선택할 수 있는 음식 옵션이 여러가지 있다.

코스요리 치고는 굉장히 합리적인 가격.

와인 금액이 잔 당 12,000원 정도 하기에, 우리 어차피 한 잔씩 마시고 끝날 것도 아닌데..... '합리적'으로 그냥 바틀 시키자.. 해서 메뉴에도 나와있지 않은 바틀을 주문해 버리는 우리. ㅋㅋㅋ 좋은 음식엔 이정도 와인은 마셔 줘야지. 

우린 화이트 와인을 시켰기 때문에, 자리 앞에 아이스 버켓을 놔주시고, 소믈레이 분께서 잔이 비어갈 때 쯤이면 금방 와서 잔을 채워주셨다. 

먼저, Amuse로 나온 음식.

bocconcini - black chicken - cherry tomato 

Bocconcini는 작은 모짜렐라 치즈 라고 하는데, 치즈 외에도 여러가지 재료 + 허브가 들어가 맛있었다. 
음식이 서빙될 때 쉐프 분이나 소믈레에 분이 하나, 하나 설명을 해주신다. 눈 앞에 음식에 정신이 팔려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나.. 

맛있으면 됐지!

이제 에피타이저.

Melon - sciutto

선택한 두 가지 에피타이저 중 먼저 서빙된, Melon-Sciutto. 멜론과 수박, 그리고 프로슈토와 페타 치즈가 들어간 에피타이저. 그냥 보면 엥? 이 조합이 어울린다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먹어봐야 안다. 


한 입에 넣기 부담스러워도, 꼭!!! 한 입에 넣어야 한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ㅠㅠ

Cauliflower

로메스코, 블루치즈, 허브빵가루를 곁들인 컬리플라워. 블루치즈를 곁들인 컬리플라워가 나와 언니의 원 픽이었다. 

에피타이저부터 그릇을 쓱 싹 비워가며 먹었다! 와인을 한 두잔 정도 마실때 쯤 파스타 요리가 나온다. 

사이좋게 나눠 먹자.

둘이 먹음 이게 참 좋다. 한 메뉴씩 시켜서 나누어 먹는 거!

Green Ragu pasta.

먹자마자 으음!! 소리가 절로 나오는 맛. 정말 요번 팝업 레스토랑의 음식은, 나와 언니가 입을 맞추어 말하지만 파스타 요리가 최고 맛있었다. 

국내산 소와 돼지를 이용한 라구와 시금치 페스토. 콘킬리에 면을 사용했다. 워낙에 페스토 소스를 좋아하는 나지만, 정말 간이 완벽한 페스토 소스였다. 

Salsiccia & Lemon pasta.

그린 라구 파스타는 비슷하게라도 먹어본 적이 있었다면, 이 파스타는 정말 살면서 처음 먹어본, 그런데도 내 입엔 정말 최고의 맛이었다. 

직접 만든 이탈리안 소세지와 레몬이 들어간, 딸리아텔레 면 파스타. 소세지와 레몬에서 나는 향긋한 향이 예술이다. 

코스요리 치고는 파스타가 정말 푸짐하게 나와서, 난 이쯤에서 배가 너무 부르기 시작했다. 
파스타를 발우공양 수준으로 비우니 이제, 메인 요리가 나온다.

Hanging tender -토시살 스테이크.

아, 정말 이 스테이크는 너무 아쉽다. 이미 내 배는 빵빵하게 부른 바람에 저 맛있는 스테이크를 두 세점만 먹고 다 남겨버렸다. 억지로라도 먹었어야 했는데.. 나 같은 사람.. 뷔페나 코스요리 가면 안되는 사람.. 

깨작 먹은 스테이크를 치우시려다가 소믈리에 분이 조심스럽게, 너무 슬픈 표정으로 '혹시.. 고기가 질기셨나요..'
하고 물어보셨다. 

아니요 맛은 환상이었어요. ㅠㅠ 제 배가 문제에요.. 하지만. 디저트 배는 있어요... 문제 없어요..

Peach, Cherry sherbet.

설탕에 졸인 복숭아 위에 체리 셔벗을 이쁘게 올린 디저트. 먹고 나니 치워간 스테이크가 생각나는 디저트..
디저트 까지도 핸드메이드로 정성이 어디하나 안 느껴지는 게 없었다. 

계산을 하고, 나가면서 다시 한 번 쉐프님들에게 '파스타 정말 예술이에요!' 하고 쌍따봉을 올려드렸다. 
수줍어 하면서 꾸벅 꾸벅 하시는 모습은 영락 없는 93년생이 맞다.. 

언니의 명함.

식사 중간에, 명함이 드디어 나왔다며 나에게 명함을 건네주는 언니. 

멋있는 일 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명함으로 언니의 이름을 보니 다시 감회가 새롭다. 아가때부터 서로를 보고 온지라, '본부장'님으로 불리우는 우리 박사님이 너무나도 어색하지만..

세포 연구로 꼭 본인 이름을 딴 암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우리 언니의 목표를 꼭 이루길 바란다. 

내가 먼저 성공하면 언니한테 아우디 TT, 언니가 먼저 성공하면 나한테 미니쿠퍼를 선물해주기로 약속(?) 하고, 방배동 한바퀴를 돌고 귀가한다.

맛있는 음식에, 맛있는 와인, 그걸 함께하는 좋은 친구까지.. 아~ 이 맛에 돈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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